재현-오리엔탈 백합으로부터

2022. 05.01(일) - 05. 31(화)






재현-오리엔탈 백합으로부터



천장에 꽃이 사람만큼 크게 피어있다. 비현실적인 일이다. 유미연은 이번 전시에서 오리엔탈 백합을 군집 형태의 조각 작품으로 만들어 천장에 매달아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유미연의 작업을 논할 때, 정체성이라는 화두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초기 작업에서 인체 형상의 조소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자신의 껍데기를 만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후 정체성에 대한 고심은 껍데기를 넘어서 실재하는 자신으로 옮겨가게 된다. 새로운 작업은 학창 시절부터 유독 놀림을 많이 받아 좋아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연꽃’이라는 뜻의 이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유미연은 연 군집을 한지로 크게 만들어 전시 공간에 설치하는 작업 방식을 택했다. 이후에는 주변과의 관계에 주목하여 어머니와의 의존적인 관계를 드러내거나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는 작품을 만들기도 하였다. 정체성을 탐구하며 줄곧 내면으로 향하던 시선이 주변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렇다면 유미연이 재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이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간단하다. 어릴 때 스케치북에 보이는 것을 비슷하게 따라 그리던 행위와 같다.” 주목할 점은, 유미연이 이번 전시에서 특별하다고 여겨지거나 희귀한 꽃을 재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상업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적당히’ 화려하고 우아한 오리엔탈 백합을 선정하여 재현했다. 그렇다면 꽃을 왜 크게 만드느냐고 물으니 시중에서 파는 조화와 차별화를 하기 위해서 크기를 키우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이에 따르면 유미연의 전략은 아름다운 것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그는 꽃을 시중에 파는 조화보다 더 진짜에 가깝게, 더 아름답게 만들 자신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말에는 어떠한 주저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방법과 작업의 경계들을 넘나들며 자신의 언어를 구축해온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유미연이 채운 공간에서 작품을 바라보다 보면 단순히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것을 넘어서 여러 갈래의 사유를 하게 된다.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는 작업 안에서 여러 겹의 층위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껍데기에서 실재하는 자기 자신으로, 더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로, 사회로 확장하여 나아가는 그의 작업은 그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과 맞닿아있다. 스케치북에 보이는 것을 똑같이 따라 그리며 미술을 시작한 소녀가 자라 타인과 자신을 구별 짓는 이름을 들여다보았고, 이제는 일상의 대상에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시선의 이동과 확장은 전시를 보는 우리로 하여금 주변의 사람과 사물을, 나아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환기한다. 이제 유미연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그가 채운 공간에서 그 너머를 가늠해 본다.




부산프랑스문화원 ART SPACE



나의 꽃 작업의 시작은 나의 이름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되었고, 이는 공간과 재현이라는 미술적인 언어로 특징 지을 수 있으며 자연관찰 혹은 자연의 미에 대한 숭배 혹은 감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통 인식의 변화 과정은 나와 주변을 구분하지 못하다가 자신에게 초점이 옮겨지고 그다음 단계가 타자 혹은 주변이다. 그렇듯 나의 이름에서 시작된 식물, 특히 꽃에 대한 관심의 범위가 확대된다. 이러한 관심은 화환에서 흔히 발견되는 꽃 “오리엔탈백합”을 보면서 “왜 많이 사용할까?”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질문을 하게 되고 작품의 소재가 된다.



그리고 한 플로리스트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했고, 그분의 설명은 내가 어렴풋하게 가지고 있던 위에 질문에 대한 답에 부합하는 것 같았다. “적당히 화려하고 적당히 우아하고 그리고 꽃의 크기가 큰 편이라 화환을 쉽게 덮을 수 있어서라고 본다.”라는 그분의 답변에서 다음 상황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 수요는 공급을 부르고 많은 화훼농가가 재배를 하였을 것이고 대량생산은 가격 인하로 이어지고 나아가 더 가격을 내리기 위한 조화의 수요가 생겨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폭발적인 조화의 생산은 다양한 가격대의 다양한 품질을 가진 조화가 나타난다.



이런 상업적이고 흔한 오리엔탈백합 조화를 모티브로 나의 방식으로 재현하여 공간에 설치한다. 거기엔 위에서 언급한 이 꽃에 대한 나의 추적의 이야기나 지시체적인 재현의 의미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다만 천장이라는 비현실적 공간에 반복적이며, 적당히 화려한 핑크색 꽃이 걸린 이미지화된 공간이 더 부각될 것이다. 다시 말해 개인적인 상황에서 나온 대상을 인식하여 저장하고 재현해 내는 방법들과 이를 담을 수 있는 공간에 관한 것이다. 내가 미술을 하는 방법이다.


유미연



학력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학사




부산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석사




부산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박사



개인전



2001

부산 비온후서점 전시공간 “보다”(17회)



2018

양양 갤러리D



2016

부산 미부아트센터



2016

제천 서로아트홀



2014

부산 효원아트센터



2014

부산 구해운대역사 시민 갤러리



2014

서울 미나리하우스



2012

부산 센텀아트 스페이스



2011

부산 롯데백화점(광복점) 롯데갤러리



2010

부산 신세계센텀시티 윈도우갤러리



2008

부산 시민갤러리



2004

부산 엠 갤러리



2000

대전 21세기갤러리



1998

부산 엔씨 갤러리



1996

인도 뉴델리 헝가리문화정보센터



1993

부산 사인화랑



해외전



2012

조선통신사Now, 토모노우라 대조루 일본 (후쿠야마 상공회의소 초청)



2009

pumping heart 중국 북경 MK2 갤러리



2008

히로시마 아트프로젝트 일본 히로시마 구 일본은행



2008

제니드바스티유 오픈 스튜디오 프랑스 파리 도로시갤러리



수상경력



2012

부산문화재단아시아파견 레지던시 프로그램(일본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



2012

부산문화재단 문화예술활동지원 수혜자로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