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프랑스문화원 ART SPACE는 사진가 이창수 《스친풍광》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고은사진미술관의 강운구 《우연 또는 필연》(2025.9.11 – 2026.1.9)과 함께 선보여진다.
강운구와 이창수는 인연이 깊다. 그들은 스승과 제자이자, 카메라를 든 작가이기도 하다. 사진가 강운구는 60년대 말부터 근대화되는 농촌과 도시의 풍경을 촬영해왔다. 한국 다큐멘터리의 정수로 불리는 작업의 중심은 늘 사람이었다. 사진가 이창수는 자라온 서울을 뒤로하고 지리산에 들어간 후, 본격적으로 자연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이를 카메라에 담아냈다. 비록 주제와 피사체는 다르지만 두 사람의 사진에는 꼭 닮은 점이 하나 있다. 대상에 대한 애정과 그로부터 오는 집요함, 진정성이 바로 그것이다.
전시는 ART SPACE 두 층으로 구성된다. 1층에는 지리산의 풍경과 섬진강의 거세고도 유려한 물결을 담은 작업이 위치한다. 여기서는 거시적 관점으로 자연을 포착했다면, 2층에서는 물과 빛의 찰나를 세밀하게 촬영한 사진과 영상작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영상의 사운드는 인디밴드 데이노마드가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하였다. 이러한 감각적 요소들은 서로 호응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작가의 사유를 이어받게 한다.
섬진강에서 촬영된 2층 〈이 그 빛〉은 물과 빛을 하나로 붙잡은 작업이다. 두 단어는 엄밀히 구별되지만 이를 하나로 보는 시선에서 사진은 시작된다. 특정 대상을 지시하는 관형사 ‘이’와 ‘그’는 서로 다른 것을 가리키지만 결국 빛 앞에서는 하나로 합쳐진다. 그것은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고 남은 자취, 곧 본질을 향한 흔적이다. 물에 비친 빛은 우주를 떠올리게 한다. 작은 조각 안에서도 전체가 반복되는 프랙탈 원리처럼 강물의 흐름 또한 동일한 섭리로 이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순수한 본질에서 자연의 구조는 다르지 않다. ‘이’ 현상은 곧 ‘그’ 절대적인 빛이다.
1층 〈지리산〉과 〈섬진강〉 작업에서도 그는 계속해서 자연을 감각한다. 이곳에서 빛은 색으로 그 존재를 드러낸다. 새벽 해가 뜨기 전의 푸른빛, 해가 서서히 떠오를 때면 주황빛이 감싼다. 이창수에게 자연은 곧 빛의 세계일 것이다. 빛에 따라 색깔이 바뀌고, 때로는 물이, 때로는 산과 나무가 달라진다. 그 속에 담긴 것은 나무의 형상이 아니라 사계절의 빛깔이다. 그는 안다. 떠내려가는 물살과 스쳐가는 바람이 두 번 다시 같은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스친풍광》은 이처럼 돌아오지 않는 순간들을 빛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를 지닌 카메라로 담아두었다. 가장 작은 것에서 가장 큰 것까지, 사라지는 찰나 속에서 드러나는 본질을 더듬어간다.
•
이창수
1985년도부터 2000년까지 뿌리깊은나무, 국민일보, 월간중앙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다 2000년, 마흔 즈음에 지리산으로 향했다.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벗 삼아 사는 삶을 시작한 것이다. 지리산에 거주하는 문화예술인들과 ‘지리산학교’를 세우기도 하였다.
개인전으로는 《이 그 빛》(2018, 학고재(서울)), 히말라야 14좌 사진전 《이창수ㆍ영원한 찰나》(2015, 대구문화예술회관(대구))(2014,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울), 경남과학기술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진주)), 《숨을 듣다》(2009, 성곡미술관(서울)), 《움직이는 산, 지리(智異)》(2008, 학고재 아트센터(서울)) 등이 있다.
저서로는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터치아트, 2008), 『내가 못 본 지리산』(도서출판 학고재, 2009), 공저 『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메디치 미디어, 2009), 『소울 플레이스』(도서출판강, 2012)가 있다.
제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