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展 《넝마주이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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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展 《넝마주이의 일기》

전시 기간
2021/01/21 - 2021/02/07
넝마주이의 일기

참 오랜 세월 동안, 쓸모없어 보이는 그러나 나를 불러 세웠던 이미지들을 주워 담아서, 넝마주이의 고물상처럼 컴퓨터 안에 차곡차곡 쟁여 놓았다. 이 편린들은 늘 내 마음 한 켠에서 중구난방의 폐품들처럼 그 지향점을 놓쳐버리고 그저 석양의 실루엣과 같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아우라로 남아 있었다

지난 시간들 동안에 사진을 통해 소통(疏通)하면서 경험한 그 많은 불통(不通)들이 생각이 났다. 《노인과 바다》에서의 그 고집스러운 노인 Santiago가 떠올랐다. 노후된 장비로 삼일 밤낮 사투로 잡은 거대한 청새치의 살은 상어 떼에게 속수무책으로 다 뺏기고도, 동여맨 밧줄 덕에 배의 옆면에 묶여 남아있는 앙상한 가시만으로도 깊은 쉼의 잠을 자는 그 줏대로 나 또한 세상을 따라왔다.

쟁여둔 그 산만한 이미지들을 가지고, 형식의 틀을 가진 전시를 준비하려니, 가족, 풍경 그리고 나를 불러 세운 그때의 넝마와 같은 사진들이, 이제 와서야 느끼는 Santiago의 지고한 자기만족에 대한 아쉬움을 풀어가는 소통의 실마리가 되어, 낱낱이 해체된 그 거대한 청새치의 남은 가시들에, 상어 떼가 앗아가 버린 살들을 시간을 거슬러 다시 입혀가며 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작업을 통해, 그냥 끌리는 대로 찍은 사진으로 다시 나를 찾아보았다. 마치 나 아닌 다른 이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긴장감을 가지고, 사진들 속 오브제들을 다시 짚어도 보고, 사진과 사진 사이를 오가기도 하면서, 관심사의 반복들과 갑자기 돌출하거나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의식과 감정들을 정리하기 위해, 흐름과 연결고리를 찾아 자르고 붙이기를 거듭하며, 아무런 관계성이 없는 것 사이에서 관계성을 잇는 일은 매우 신선하고 행복한 반추의 경험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앙투안 볼롱의 《석양 무렵의 넝마주이들》에서 읽을 수 있는, 실루엣이 되어버린 해 질 무렵의 풍경들에 대한 단상처럼, 오래된 일기를 펼쳐 보듯 색이 지워져 떠오르는 느낌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모든 풍경과 사물은 해가 지면 색이 지워져 하나의 색으로 녹아들며, 다시 아침이 되면 채색이 된다. 삶의 연속 속에서 계속되어온 사진을 통해, 나를 누구라 감히 단정 지어 왔던 어리석음도 발견하고, 결국 우리의 인생은 탈색과 채색의 반복이며 단순하면서도 어느 것 하나로 정의될 수도 없다는 평범한 귀결에 이르게 된다. 이제 이 넝마주이는 그 망태기 속을 열어 이제 막 배운 사진의 언어로 당신에게 다가가려 한다.

김종규


김종규


2019. 고은사진미술관 사진아카데미 포트폴리오반 수료
2015. BMWJOYFOCUS 4기 수료
현)     치의학박사, 프랜드치과의원, 반여 대표원장


전시


개인전

2021. 《넝마주이의 일기》, 부산프랑스문화원 ART SPACE, 부산


단체전

2019. 《제4회 GP1826 비엔날레 '보이지 않는, 말로 할 수 없는'》, 해운대문화회관, 부산

2016. 《독백, BMWJOYFOCUS 4기 그룹전》, Photo Space, 부산2015. 

          《BMWJOYFOCUS 4기 초대그룹전》, Photo Space, 부산

2014. 《비리디안 페인팅 아트그룹 단체전


수상

2019. 〈대한민국 치의미전 사진부문〉  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