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와 착각》

예정전시

《사유와 착각》

전시 기간
2026/07/07 - 2026/07/30

작가노트 


옻칠을 배우며 나는 반복과 인내의 태도로 삶을 바라보게 되었다. 한 겹씩 옻을 올리고 자개를 이어 붙이는 시간은 단순한 제작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상처와 부끄러움, 쉽게 꺼내지 못했던 감정들이 작업의 표면 위로 천천히 드러난다. 작품을 긁고 다시 메우는 과정은 상처를 마주하고 아물게 하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나전칠기의 전통 기법은 작업의 중요한 기반이다. 삼베를 감싸 단단한 바탕을 만들고, 교칠을 반복해 쌓고 긁어내며 생긴 깊은 골들은 오래된 지층이나 산맥처럼 남는다. 메워진 흔적과 드러난 상처 위에 자개를 하나씩 이어 붙이며 시간을 쌓아간다.


오랫동안 나는 이러한 반복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쉽게 흔들리는 자신을 마주할 때면 그 믿음 또한 하나의 착각이었는지 묻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옻을 올리고, 긁어내고, 붙이고, 기다리는 일을 계속한다. 이번 작업은 단단해지려는 마음과 끝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태 사이에서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다.